I am Korean, and live in Japan

일본시어머니와 함께한 삼청동 커피방앗간,(feat.한국며느라기이야기)

2021. 1. 21.

maruko

가나자와 거주, 쥬얼리 제작자. 유튜브 채널에서는 일본 도시락 만들기및 가나자와 풍경 기록중입니다. 🍱

일본시어머니와 함께한 삼청동 커피방앗간,(feat.한국며느라기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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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게시물의 최초 작성일은 2018. 10. 31. 14:03입니다 내용 이해에 참고해주세요

이전 블로그에서 글을 옮겨오면서 이시절의 종로를 보고있노라니, 마스크없이 자유로웠던 그때가 참 그리워집니다.

 

 


 

"어머님과는 이곳에 꼭 가보고 싶었지, "
삼청동 커피방앗간

 

 

 

인기가 많은 곳은 어딜 가나 오픈 때 맞춰서 가거나, 그것보다 더 일찍 가서 줄을 서거나 하는 광경이 이제는 한국에서는 이상한 광경이 아닌데요, 삼청동 커피방앗간은 테이블에 앉기가 정말 복불복일 정도로, 늘 사람들로 붐비는 삼청동의 인기 핫 플레이스 중 하나죠,. 수년 전, 푹푹 찌던 무더웠던 여름날, 겨우겨우 가게 내부의 Bar테이블에 일본인 친구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시원한 "커피빙수"를 먹었던 것이 생각났어요. 그때가 아마도 커피방앗간의 마지막 방문이 아니었나 싶어요.

그 이후로는 단나인 남편과 함께 그 앞만 보고 오거나 , 이 커피방앗간의 오른쪽에 뚫린 아주 좁고 긴 감성적인 길을 가기 위해 지나가는 통로로써 산책을 할 때에만 오며 가며 했던 것 같아요. 보는 것만으로도 정겨운 커피방앗간의 인테리어도 아주 좋잖아요. 

어머님이 얼마 전 한국에 "생애 첫 해외여행이자 한국 여행"을 오시게 되시면서, 저는 자연스럽게 제가 당당하고 자신 있게 소개해드릴 수 있는 종로 코스를 머릿속에 새기기 시작했어요. 눈감고도 걸어 다닐 수 있는 저에게 종로란 공간은 꽤 의미가 깊죠.
그중에 결정되었던 코스는 바로 
"삼청동 커피방앗간"

 

 

 

아직은 아리송 다리 송한
일본 시어머님과의 우리 사이

 

 

한일 커플일 때에는 그 어떤 무거운 의미를 두지 않고도 편하게 어머님을 만나 뵙고 그랬던 것 같아요. 일본에서는 중요한 관계가 아닌 경우에도 부모님을 만나는 세대들이 많기 때문에 저 또한 이런 것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해서 별도의 감정을 챙기기 바빴죠.

그래도 남편은 결혼을 전제로 저를 만나고 있었고, 저와의 결혼을 생각하고 있었던 다소 고지식한 성향을 가진 일본인 남편이었기 때문에, 매번 아버님의 묘에 가서 가족끼리 다 같이 제사를 지내는 행사라던가, 명절마다 본가에 찾아가 어머님의 친구분들을 만나거나, 가족분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시간이 굉장히 많았어요. 

지난번 포스팅을 보신 분들께서는 아시겠지만, 어린 시절 저희 집안이 겪었던 고난이라고 할 수 있는 시절 때부터 친지들과 연락이 닿지 않거나,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되면서 마루짱네 가족이라 함은 외할머니네 가족과 엄마, 그리고 친오빠 이렇게 단출하게 살아가기 바빴습니다.

 

유년시절에는 정말 유복하게 지내면서 다소 남들이 겪지 않는 것들도 겪으며 나름 신나게 살아왔던 것 같은데, 어린 시절 조금이나마 그런 기억이 남아있는 것은 저에게는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그 이후에는 충분히 인생의 쓴맛을 보며 자수성가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이런저런 인생을 겪어봐 온 경험으로 제 이외의 주변 사람들을 막대하거나 이기적인 성격으로 자랄 수가 없었거든요.

 

 

 

아무튼 시댁 쪽 가족들은 저희 가족들보다 인원도 많았고, 시끌벅적한 어머님들의 친구분들과 함께 식사하는 자리도 즐겁고, 많은 인원의 "가족"이라는 느낌이 초반에는 조금 낯설고,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르겠는 그런 마음이었지만, 천천히 제 마음도 열리고, 다가가게 되고, 감사함과 제 또 다른 가족을 느끼게 되었다랄까요.

사회생활에서는 얼굴도 넓은 생활로 인간관계가 참 수월했었어도 (일본에서는 얼굴이 넓다고 표현하죠/웃음/) 가족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면 저도 모르게 그 어떤 트라우마를 늘 가지고 있는 느낌이었어요. 

 

 

 

누군가에게 신용받을 수 있다는 것은
지금의 나에게 엄청난 칭찬

 

많은 사람들이 물어보죠. "일본인 시어머니는 어떤 분이야?" "일본 여자들은 어떤 성격인지 참 궁금해" "잘해주셔?" 기타 등등등....

저도 워낙 일본 지인들을 오랜 시간 동안 만나 오면서, 그것이 친한 신유의 관계든 비즈니스의 관계든 뭐든 간에 항상 친절하고 겸손한 사람들만 있을 줄 알았던 "일본 사람"의 성격에 여러 가지 타격도 입어보고, 앞에서 친절한만큼 뒤에서는 상상도 못 할 끔찍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도 일상 다반사라는 것을 겪고 난 뒤에 ,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인간관계에 대해서 조금 욕심을 내려놓았었어요.

모두에게 사랑받아야지, 모두가 나를 좋아하도록 해야지 라는 어리석은 의무감이 머릿속에 가득했던 20대의 시절이 지나고, 좀 더 가까운 내 사람들이 하나둘씩 결정지어지고, 한 살이라도 어릴 때보다는 정리된 인간관계 안에서 적절하게 섞여 살아가는 저의 모습이 되기까지 참 많은 일들이 있었죠. 

여하튼 확실한 것은 어머님은 말도 적으시고, 무어가를 보- 하게 계속 쳐다보시고 계실 때에는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신지 가끔은 궁금해지지만, 제 눈에 보이는 어머님의 모습 자체를 사랑해 보기로 했어요. 저 사람은 어떤 지난 인생을 살아왔을까... 아버님 앞에 여자로서는 어떤 여성이었을까..... 때론 궁금해지기도 해요.

많이 만날 일도 없고, 소통을 남편만큼 할 양은 안되어서 좀 더 자주 적극적으로 연락드리고 만나도록 노력해야 하겠다는 것이 지금 저의 마음이에요. 내년에 명절 때는 잡채 재료를 직접 가지고 가볼까 생각 중이에요. 제가 만든 잡채, 남편도 어머님도 꽤 좋아하셔서요.
작년에는 완성된 음식을 가져갔었는데 이번에는 넉넉히 만들어 드실 수 있도록 가져가야겠어요.

 

 

제가 무언가를 해드렸을 때, 한국사람에게서 쉽게 볼 수 있는 제스처나 반은 같은 행동을 기대하고 혼자 시무룩해지면 그건 바보잖아요. (웃음)

어머님은 남편 보다도 더, 정말 그 옛날 일본 분이시고, 어느 부분이던 조금은 보수적인 성향을 가지고 계실지도 모른다고요. 한국사람들처럼 자심의 감정을 곧바로 표현하지 않는 분이시고요.

말씀이 적은 사람들을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해요. 제가 더 붙임성 있게 다가갈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사람들을 좋아한다는.... (웃음)
인간관계 다 똑같습니다. 어머님이 저의 성격을 조금 초반에는 거부감이 있으셨을 수도 있었고 , 말이 많거나, 너무 웃는 거 아닌가 라는 헤픈 아이로 봐오셨을지 저는 알 수 없지만은요.


확실하게 지금 오늘날 어머님께서 저에게 하시는 말씀은 딱 하나예요.


"엄마는 (어머님) 마루짱을 참 믿어 널 믿지 않는다면 한국에도 오지 않았어. 너희 둘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보니까 더더욱 신뢰가 가서 안심이야. 마루짱은 꽤 씩씩하고, 마음에 있는 말을 거짓 없이 솔직하게 다 이야기하니까 더더욱 신용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시어머님께 이런 말을 듣고 나면, 그동안 내심 혼자 불안해했던 시어머님을 향한 마음에 꽃이 펴지죠.
하지만 이런 기쁜 말 한번 들었다고 긴장은 잃지 않고요. 그게 인간관계.

 

뭐 어느 정도는 잘 보이려고 하는 것도 있지만, 여자가 여자끼리 팔짱 끼는 것은 꽤 관계적으로있어 괜찮은 스킨십이라고 생각해서 어머님과 길을 걸을 때에는 종종 제가 먼저 어머님의 팔짱을 끼곤 해요. 어머님은 거의 반응이 없으시지만, 제가 느낄 수 있는 것은,
그렇게 며느라기가 끼운 팔짱이 잘 고정될 수 있도록 조금 무리한 포즈라도 계~ 속 고정하고 계신 것을 알 수 있게 돼요 (웃음)
좀 아프실 것 같으면 제가 팔자를 빼고요, 가끔 웃으면서 안아드리기도 하고, 남편에게 빨리 재밌는 이야기나 에피소드를 이야기해보라고 재촉하기도 하고요. 

언젠가 "새 딸이 생긴 것 같아서 기쁘다. "라는 말씀을 해주신 적이 있는데, 적당히 귀찮아하지 않으실 만큼 즐거움도 드리고 싶고, 정말 막둥이 딸처럼, 신경 써드리고 싶은 게 제 마음이에요.

저희 어머니와도 꽤 오래 떨어져서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 나를 나아주신 어머님께 제대로 매일매일 해드리지 못하고 있는 것들이 
은연중에 툭툭 튀어나와버리는 것은 아닐까요, 시어머님 께요.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오늘,

 

남편도 해외에서 근무하는 환경이 잦았었고, 어머님과 딱히 둘이 있을 때에 대화하는 모습도 보기 드물고, 예전 포스팅에서도 이야기한 적이 있지만, 워낙 말수가 적은 가족이어서 마루짱이 참 혼자서 발 동동 굴리던 시절이 있었어요. 성격 자체가 워낙 뭔가 나서서 해야 하는 성격이었기 때문에, 눈치껏 그렇~게도 웃음이 터져 나오는 화기애애한 상황을 만들어보려고 난리 부르스를 춰보기도 했죠.

시간이 지나가면서 자연스럽게 저도 "꾸며내지 말자"라는 생각을 마음속 깊이 갖게 되었고, 상황을 바꾸려고만 하지 말고, 내가 그 상황과 분위기에 무르익어가면서도 충분히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라는 점을 깨닭게 되고 나서부터는 좀 더 어머님과의 관계도 자연스러워지지 않았나 싶어요.

이런 고요함도 좋고, 조용하고 다정한 분위기도 좋고. 그런 상황 속에서 이 또 하나의 가족들이 살아온 모습들과 내가 모르는 시간들을
거슬러 올라가는 느낌처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랄까요. 남편의 본가에 가면 참 조용하고. 아늑합니다.

이제 남편도 잦은 해외출장이 없는 일들을 현재도 하고 있고 앞으로도 이젠 일본에 완전히 돌아가 정착할 생활들을 원하고 계획 중이기 때문에 어머님께도 좀 더 능숙한 아들내미의 말솜씨를 구사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에요.

 

어머님의 한국 첫 여행인 것을 하늘도 아셨는지 참 날씨도 끝없이 좋았고 , 저희 두 부부도 기쁘고.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어머님 얼굴도 내내 화색이 영력 하신 건 마찬가지셨고요. ♡ 평소에는 잘 보지 못했었던 광화문의 행사나 기타 이벤트, 시청에서의 군대 이벤트 (일본에서 나름 알려진 한국의 늠름한 군인 분들의 해군, 육군, 해병대 모두 총출동~),

 

그리고 그렇게도 자리가 없어서 못 앉았었던 삼청동 카페 "커피방앗간"에서의 테이블 착석까지, 운이 다 좋게 따라줘서 어머님께서도 기분 좋으셨고, 볼거리도 많으셨고. 저희 부부도 아무리 주말에 와도 잘 경험할 수 없었던 많은 볼거리를 만나게 된 것 같아서 특별한 기억이 되었어요.

 

 

"자리 내줘서 고맙다. 커피방앗간 (웃음)"

 

 

 

 

아버님께서 살아생전에 어머님을 모시고 자주 여행을 다니셨다고 합니다. 그것은 아마 일본 자국 내에서의 이곳저곳에 대한 여행이었던 것으로 들었어요. 때문에 해외여행은 이번 한국 여행이 처음이셨고, 마치 과거 제가 생에 첫 해외여행을 일본으로 갔던 것처럼 말이에요. 한국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것은.

강서구도, 강남구도, 강동구도 아닌, 가장 일 순위인 강북의 종로라고 생각했었어요. 한국의 미를 가장 건축물로써도, 음식적으로도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고, 해외 관광객에게 기본적으로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지역은 단연 종로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고 그것이 맞기 때문입니다.

 

어머님이 지내고 계신 곳은 정말 높은 빌딩은 존재하지 않는 이나 카이기 때문에, 시원시원하게 뻗은 빌딩, 한국도 이렇게 발전한 나라이고, 그리고 역사를 현대물과 함께 동시에 보존해가고 있는 나라이며, 많은 젊은 층들과 노년층 남녀노소 할 것 없이즐기고 소중하게 사랑하며 살아가고 있다 라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어머님이 일본 댁에서 보는 드라마는 하나같이 역사드라마였기 때문에... 2018년의 한국 서울의 거리를 잘 모르실 것 같았거든요. 

하루만의 여행으로 모든 것을 느끼셨을지는 모르겠고, 일부라도 마음에 와 닿으셨을는지는 모르겠지만, 계속해서 셔터를 누르시는 어머님을 뵈니 괜스레 뿌듯해졌습니다. 아쉽게 이번에는 한복을 입어보지 못하셨지만, 다음 한국행에서의 다양한 이벤트를
또 한 번 기획해봐야겠어요.

 

 

 

 

 

 

 

 

 

어머님과의 서울 나들이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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